나무는 늙어서도 꽃을 피운다
凡谷/정영학 사람은 백년을 허우적대며 사는데 나무는 천년을 여유롭게 산다. 사람은 세월의 무게를 받으며 사는데 나무는 세월에 자신을 맡겨놓는다. 나무가 천년을 사는데는 이유가 있다 세월이 할퀸 생채기가 육신을 썩혀 도려내며 뱃속을 훤이 드러내어도 나무는 세월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 또 다른 생명을 품는다. 천년의 나이로 그 육신으로도 꽃을 피우고 벌과 나비를 부르며 내 머리 위에는 얼신도 않은 산새들이 보금자리를 트니 고목의 자비로움이 자못 성스럽다. 내가 갓지못한 박애와 겸양과 인내와 자비가 몸에 배었으니 천년을 살아도 늙지 않고 꽃을 피워 내는구나. 그래서 노목에 피는 꽃이 더욱 아름답다. 나도 나무의 덕을 닦아가며 백살을 살아가다가 마음 꽃를 피우며 먼 길로 소풍가듯 스러지고 싶다 凡谷/정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