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론 1
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씻어 무우> 같다든가
<뛰는 생선> 같다든가
(진부한 말이지만)
그렇게 젊은 날은 젊음 하나만도
빛나는 장식이
아니겠는가
때로 거리를 걷다보면
쇼윈도우 비치는
내 초라한 모습에 사뭇
놀란다
어디에 그 빛나는 장식들을 잃고
왔을까
이 피에로 같은 생활의 의상들은
무엇일까
안개같은 피곤으로 문을 연다
피하듯 숨어보는 거리의
꽃집
젊음은 거기에도 만발하여
있고
꽃은 그대로가 눈부신
장식이었다
꽃을 더듬는 내 흰손이 물기
없이 마른 한장의 낙엽처럼
슬쓸해져
돌아와 몰래 진보라 고운
자수정 반지 하나 끼워
달래어 본다
장식론 2
女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지닌 꿈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꽃이 진 자리의 아쉬움을
손가락 끝으로 가려보는
마음
나뭇잎으로 치부(恥部)를
가리던
이브의 손길처럼 간절한
것이기에
꽃 대신 장식(裝飾)으로
상실(喪失)을 메꾸어 보는
것이다
(누가 十代의 少女가 팽팽한
손가락에
한 캐럿 다이야 반지(半指)를
끼고다니던가
그애들은 그대로가 가득찬
꿈이겠는 걸)
잃어버린 사랑이나 우정(友情)
작은 별의 꿈들이
여름 풀밭처럼 지나간 자리에
한 장 가랑잎을 떨구는 가을
......장식(裝飾)은 그 마지막
계절을 피워 보는 향수
(鄕愁)다
파란 비취(翡翠)의 청허(淸虛)한
고독을 배워 보는
것이다
시 : 홍윤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