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ing Grace - Melinda Dumitrescu 영어 속담에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 (Count your blessings)."라는 말이 있다 누구의 삶에든 셀 수 없이 많은 축복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는 말이다. "천형 (天刑)" 이라고 불리는 내 삶에도 축복은 있다. 첫째, 나는 인간이다. 개나 소, 말, 바퀴벌레, 엉겅퀴, 지렁이가 아니라 나는 인간이다. 지난주에 여섯 살짜리 조카와 함께 놀이공원에 갔는데 돈을 받고 아이들을 말에 태워 주는 곳이 있었다. 예닐곱 마리의 말이 어린아이 하나씩을 등에 태우고 줄지어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말들은 목에 각기 ‘평야’ ‘질주’ ‘번개’ ‘무지개’ ‘바람’ 등 무한한 자유를 의미하는 이름표를 달고 직격 5미터나 될까 말까 한 좁은 공간을 하루 종일 터벅터벅 돌고 있었다. 아, 그 초점 없고 슬픈 눈. 난 그때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축복에 새삼 감격하고 감사했다. 둘째, 내 주위에는 늘 좋은 사람들만 있다. 좋은 부모님과 많은 형제들 사이에서 태어난 축복은 말할 것도 없고, 내 주변은 늘 마음 따뜻한 사람들, 현명한 사람들, 재미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들을 만난 것을 난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내게는 내가 사랑하는 일이 있다. 가치관의 차이겠지만 , 난 대통령, 장관, 재벌 총수보다 선생이 훨씬 보람 있고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한국에서 손꼽히는 좋은 대학에서 똑똑한 우리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게 천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넷째, 남이 가르치면 알아들을 줄 아는 머리와 남이 아파하면 같이 아파할 줄 아는 마음을 갖고 있다. 몸은 멀쩡하다손 쳐도 아무리 말해도 못 알아듣는 안하무인에, 남을 아프게 해놓고 오히려 쾌감을 느끼는 이상한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적어도 기본적 지력과 양심을 타고났으니, 그것도 이 시대에 천운이다. 그래서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이 멋진 세상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축복을 누리며 살아간다. 아참, 내가 누리는 축복 중에 아주 중요한 걸 하나 빠뜨렸다. "책은 아무나 내는 줄 아나? 이렇게 내 글을 읽어 주는 독자가 있어 책을 낼 수 있고 간간이 날 알아보는 독자가 “선생님 책을 읽고 힘을 얻었어요”라고 말해 주는 것은 내가 꿈도 못 꾸었던 기막힌 축복이다. 그러니 누가 뭐래도 내 삶은 ‘천형’은 커녕 ‘천혜天惠’의 삶이다. 글 : 장영희 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에서… 장영희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