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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2월 외 2월의 시,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

창산 2022. 2. 4. 20:31






2월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 글(詩): 오세영



2월의 시

아직은
겨울도 봄도 아니다

상실의 흔적만
가슴께에서 수시로
욱신거린다

잃어버린 사랑이여,
아직도 아파야 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더 울게 하고

무너진 희망이여
, 아직도 버려야 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쓴 잔을 기꺼이
비우게 하라

내 영혼에 봄빛이
짙어지는 날

그것은
모두 이 다음이다

▶ 글(詩): 홍수희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

삶이 한 그루 나무라면
나는 뿌리일 게다

뿌리가 빛을 탐하더냐
행여라도 내 삶의 전부가
꽃의 표정이라고는
생각하지 마

꽃이 필 때까지
나는
차가운 슬픔의 눈물이었어
잎이 돋을 때까지
나는 쓰라린 아픔의
몸무림인 걸

알고 있니
나무가 겨울일 때
뿌리는 숨결마저 얼어붙는
다는 걸

꽁꽁 얼어버린 암흑 속에서
더 낮아져야 함을
더 깊어져야 함을
깨닫곤 하지

힘겨울수록
한층 더 강인해지는
나를 발견해
그 어떤 시련도
내 꿈을 빼앗아가진
못하지

삶이 한 그루 나무라면
나는 분명 뿌리일 게다

뿌리가 흙을 탓하더냐
다만 겨울을 견뎌야 봄이
옴을 알 뿐이지

詩 / 이채

편집 : 창산

가는 세월 - 서유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