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할매국밥 피난시절 한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영도다리 옆, 자갈치시장 입구에는 60여년째 배고픈 사람들의 든든한 곳간이 되어준 욕쟁이 할머니 돼지국밥 집이 있습니다. 고달픔과 삶의 애환이 묻어 있는 허름한 벽 한편에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는 “돼지국밥 오천 원“ 단골손님 인듯한 남자가 허겁지겁 국밥을 삽질하듯 입에 퍼넣고는, 세상 날아갈 듯한 트림 한 점을 올리며 오천 원짜리 한 장을 내미는 모습에. “3천 원만 도가“ “뭔 가격이 고무 줄이라예?” “와 꼽나? 꼽으면 네가 국밥 장사해라 메“ “며칠 전에는 5,000원 받더니만 오늘은 와 3000원이라 예“ “문디.. 싸게 해 줘도 지랄이고 오늘은 네가 쪼매 힘들어 보여서 내가 니한테 이천 원 뇌물 쏜 거다 와 “ “할매요... 그라면 내는 와 오천 원 다 봤는교?“ 이쑤시개로 터널이라도 팔 듯 사정없이 입을 쑤시며 나오는 또 다른 남자의 말에 “저 봐라... 아까운 줄 모르고 밥 냉긴 거 봐라 생선 실은 자갈치 배가 들어왔다 나간 것처럼 한바탕 소란을 피워대던 할머니의 가게가 섬을 재우는 파도처럼 조용해질 즈음 “ 여기 돼지국밥 한 그릇만 주이소“ “오늘은 어찌 손녀랑 같이 왔는교?” “오늘이 우리 손녀 생일이라우” 자신은 녹슨 리어카에 기대어 빵과 우유 하나로 허기를 때우면서도 손녀에게만큼은 따뜻한 고깃국을 먹이고 싶은 게 할머니 마음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 고기가 듬뿍 담긴 국밥 두 그릇을 내밀어주면서 “오늘은 내가 쏠 테니 돈 걱정 말고 맘껏 드슈“ 햇살 같은 따스한 정까지 국밥에 담겨 있는 걸 아는 폐지 할머니는 그래도 그럴 수 있냐며 구겨진 오천 원을 펴서 내미시는 모습에 “그럼 한 그릇 오백 원씩 해서 천 원만 받으면 되겠는교?“ 그마저도 안 받으면 공짜로 얻어먹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질 할머니와 손녀에게 살핌과 나눔으로 없는 이의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시간은 지나고 “감사히 잘 먹었심더..“ 그렇게 고맙다는 인사는 욕쟁이 할머니에겐 선물이 되고 받으면 돌려줘야 한다는 게 부산사람 인심이라는 듯 손녀 손에 뜨끈한 고깃국물을 담은 비닐봉지를 쥐어주며 하늘이 높아진 만큼 사랑하는 마음도 커 나가는 것 같은 흐뭇함으로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배웅하고 있었습니다. 항구의 뱃고동 소리가 어둠 속에 번져가고 있을 때 사람 따라 국밥 값이 달라지는 할머니의 국밥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는 익숙한 듯 “할메요.. 여기 국밥 한 그릇하고 소주 한 병 주이소“ “국밥은 내가 줄테니 까네 소주는 니가 꺼내서 처무라” 고된 뱃일에 곰삭은 하루를 누가 씹다 버린 달을 보며 소주잔에 토해내더니, 가게 한 켠에서 포근한 달빛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할머니에게 말을 건넵니다 “지는 걸어도 달려도 와 늘 뒷바퀴 같은 인생인지 모르겠으예 “ “뒤로 갈 땐 뒷바퀴가 먼저일 때도 안 있나 어찌 인생이 직진 빼이 없디나 “ “할매 말이 맞네예 ㅋㅋ“ “성공하기 전까진 다들 열심히 하제 근데 하고 난 뒤가 더 문젠기라 “ 목표조차도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며 이룬 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하며 할머니는 한철 한 계절을 삶에 지친 고된 이들에게 때론 할머니로.. 때론 엄마 같은 따스한 온기로.. 살아가는 길이 미끄러울 뿐이지 낭떠러지는 아니라며 삶의 녹색 신호등이 되어주고 있었답니다. ![]() 얼기설기 맞대어 놓은 배들이 파도에 일어섰나 누웠다를 반복하고 있는 달빛 잠든 저녁 지친 달빛을 안고 한 남자가 들어서더니 “할메요 “ 여기 국밥 하나 주이소 “김 사장 니 이 시간까지 밥도 안 먹고 댕깄나” 남자는 대답 대신 국밥 한 그릇에 담긴 한숨을 소주잔에 눈물까지 말아 마시더니 “할매요.. 코로나에 결국 못 버티고 오늘부로 가게 문 닫았심더“ “니 처음 사업 시작할 때 돈도 없이 젊은 패기 하나 갖고 했다 안 했나? “ “네 그땐 그랬지예 “ “그라먼 지금은 무기가 하나 더 있네” “뭔 무기에? 빚만 남았는데예 “ “경험이란 무기가 하나 더 안 있나 ” “................ “ “꿀벌을 와 사람들이 좋아하는 줄 아나“ “부지런해서 아님미꺼?” “아이다.. 남을 위해서 일하기 때문이데이” 인생이라는 놈은 때론 생각 치도 않은 곳에다 닻을 내리기도 하는 곳에서 남을 도와가면서 함께 잘 사는 게 진짜 승리한 거라며 위로를 건네는 할머니를 보며 “할메예... 돈 버는 건 꼴등이지만도 행복은 내가 일등 할게 예“ 골목길에 드리워진 가로등 불빛을 타고 놀던 별들의 배웅을 받으며 멀어지는 남자의 등 뒤로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의 목소리가 골목 안에 메아리치고 있었습니다 “힘내래이.. 희망은 절망 뒤에 가려서 안 보일 뿐이데이 “ 라는.... -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 편집 : 창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