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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국밥집*

창산 2024. 12. 4. 10:00





눈물속에 핀꽃 - 안정희


할아버지의 국밥집

4년 전,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앞에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홀로 꾸려 가시는
국밥집이 있었다.

경기가 어려워도 국밥은
3천 원이었고
할아버지도 인자하셔서
늘 손님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국밥으로허기를
채우는데

계산대에서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옆 반 친구들이 국밥을 먹고
5천 원을 냈는데
할아버지가 거스름 돈으로
1만 원짜리 지폐를
주시는 게 아닌가.

그런 광경을 자주 보면서
나는 적지 않은 아이들이
국밥 값보다 더 많은 돈을
거슬러 간다는 걸
알았다.

우연히 들은 이야기로는
할아버지가
눈이 어둡고 셈을 잘 못
하신다는 거였다.

나는 울화통이 터졌지만
그렇다고
그 친구들에게 뭐라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났다.
등굣길에
할아버지 국밥집을 보니
조등이 걸려 있었다.



많은 사람이 국밥집 안에서
대성통곡을 했는데
그들 중에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들도 있었다.

더 놀라운 일은
그날 아침 조회 시간에
일어났다.
교장 선생님이 단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오늘 새벽 학교 앞
국밥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은 우리 학교 선생님
이셨습니다.
정년퇴직하고 20년 동안
학생들에게
따듯한 희망을
주셨습니다.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일부러 계산을 틀리게 해서
돈을 더 얹어 주시고,
학교에 장학금도
기부하셨지요.”

순간 모두가 숙연해지고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때때로
국밥집 할아버지가 생각나
괜스레 마음이 슬퍼진다.

- 《좋은생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