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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기차를 타고*

창산 2023. 9. 26. 12:27







가을엔 기차를 타고

또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 가을엔 깨우지 못했던
영혼의 종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기차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삶의 조각들이 차창에서
신음을 하며
두 눈에 부딪혀 와도
그 가을이 아름다울 꺼라
생각했습니다

고단했던 마음들을 달래며
그렇게 달리는 기차에
부서지는 그리움들을 싣고
싶었습니다



올 가을에도
가슴 시린 이 하나 곁에 없다
해도
애틋한 영혼 소리를 담은
혼자만의 기차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뿜어낼 모양없는 사연들
검은 연기로 날리며
내달리는 길 뒤돌아 보면
너무 빨라 아무 것도
잡히지는 않겠지만

갈 길이 아득해 종착역은
몰라도 기쁜 마음으로
갈것입니다

그러다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하루를 기대어 왔던
지나간 날들이 차창에 어리면
반갑게 웃어 줄 것입니다



길가의 코스모스와 들꽃들의
미소, 사랑하는 사람들,
차창에 미끄러지는 바람의
소리를 사랑하겠습니다

또 가을이 왔습니다

또 어쩌면 고단한 날이
소리없이 찾아 올지도
모릅니다

그런 날, 그런 날이 오거든
나는 혼자서 기차를 타고
하염없이 달려갈 것입니다
영혼이 숨쉬는 기차를 타고..

글(詩) : 김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