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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머무는 자리*

창산 2023. 8. 9. 11:19







사랑이 머무는 자리



사랑이 머무는 자리 . 1

이 세상 살아가며
나에게 단 하나뿐인 당신을
내 가슴 깊이 묻어 두고

내 육신 망가지는 날까지
사랑하며
소중히 여기며
살리라

세월 따라
지상의 풀잎들이 퇴색한다
할지라도
나뭇잎이 낙엽되어 떨어진다
할지라도

내 사랑은 청자빛 하늘로
높이 그 자리 살아
있으리

내 생애 문이 닫히는 날
아, 당신을 떠나야 하지만
사랑만은
당신 곁에 두고 가겠오.



사랑이 머무는 자리 . 2

내가 나를 볼 수 없을 때
당신은
나의 거울이 되어 주었소

내가 어둠이 되어 방황할 때
당신은 빛이 되어 나를
비추어 주었소

세상 살아가며
눈 뜨고도 볼 수 없는 날
대낮에도 어둠이 되는 날
너무 많구려

당신은 빛이 되어
거울이 되어
평생 나를 지키며
살아왔소



사랑이 머무는 자리 . 3

당신은 나의 깊이를
나의 내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이요

보이지 않는 나의 번뇌
보이지 않는 나의 고통까지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와
유심히 지켜 보고 있소

죽는 날까지 내 육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병들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당신은 받침대가 되어
나를 살펴 보고 있소



사랑이 머무는 자리 . 4

당신은 구름꽃 그 높이에서
몸을 부수며
나의 빈 그릇 채워 주었소

허허로운 자리
울음 같은 빈 울림만이
울리는

나의 빈 그릇
넉넉한 사랑
당신이 담아 놓은
그 맑은 물빛 위에 내 얼굴의
그림자가 비추오

시들어 가던
목마른 내 영혼 갈증 적셔
백합꽃처럼 하얗게
피어나오



사랑이 머무는 자리 . 5

당신은 불혹을 넘어 살며
사랑을 가득 담은
큰 그릇이 되어 주었소

아이들의 마음속
때묻은 자리 닦아 내고
일그러진 자리 구김 펴고
그늘진 곳 밝혀 주었소

반생을 꺾어 젖줄 같은 사랑
목마른 아이들 위해
긴 세월 육신을 비워낸
당신으로 인해

아이들의 얼굴이 밝기만 하오
식솔들 하나하나 비춰 보며
빈 자리 채우느라
평생을 그렇게 살아 왔소



사랑이 머무는 자리 . 6

당신 가슴에 묻어둔 사랑
젖줄처럼 흘러 내려
싱그러운 꽃잎 그 빛깔로
아이들이 피어난다

당신은
육신의 단물 다 짜내
아이들의 허허로운 자리만을
찾아 나선다

평생
육신의 알맹이 다 날려 보내고
빈 껍데기로

아, 당신은 자식들에게
그렇게 먹히고 있는가



사랑이 머무는 자리 . 7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
당신을 간직하고 싶소

햇빛 자주 들지 않는
나의 삶
당신은 사랑의 옷으로
나의 추위를 막아 주었소

나는
당신의 사랑의 샘물 마시지
않고는 사랑의 빵을 먹지
않고는
내 마음의 윤기가
피어날 수 없소

당신의 사랑으로
돋아난 내 삶의 비늘
내 목숨의 꽃으로
피어나오



사랑이 머무는 자리 .8

당신은 어두운 자리
그늘진
자리만을 찾아 나서는
나의 등불이요

당신 마음의
가장 깊은 곳
고여 있던 사랑이 흘러 나와

불빛되어
밝히는 은혜로움이여
당신이 밝히는 불빛으로 인해
나의 길이 열리고
나의 그늘진 심령이
밝아졌소

당신은
삶의 기름이 되어
스스로 몸을 불태워
어둠을 밝히는
나의 영원한 등불이요.

"박덕중/사랑이머무는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