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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는 글*
창산
2022. 1. 24. 12:40
나를 돌아보는 글
옛날 어느 큰절 앞에는 항상 절에서 법회를 하는 날이면, 아침 일찍 절입구에 초라한 거지 한 사람이 구걸을 하는 것이었다. 그 거지는 매일 절을 찾아 들어가는 신도들을 향하여 한푼만 보태달라고 사정을 하였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고 어느날, 그 절에서는 관음전 낙성식이 있었고 그 날은 새로운 주지스님이 소임을 받고 그 절로 온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새로운 주지스님에 대하여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윽고, 낙성식 겸 주지 스님이 부임 하는 날, 항상 절 앞에서 구걸을 하던 거지가 법당 안으로 들어서자, 많은 신도들이 술렁이기 시작을 하자, 거지 차림의 그 남자가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앞으로 나가더니 법석에 앉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누가 저 사람 좀 끌어 내라고" 고함치며 장내가 아수랑장이 되자, 거지가 법석에 앉아 요지부동의 자세로 많은 사람들을 향하여 한마디를 던진다. "이 중에 참 불자 누구인가? 이 중에 바른 눈을 가진 자 누구인가? 이 중에 보시 바리밀을 하는 자 누구인가? 이 중에 육바라밀을 배운 자 누구인가?" 그리고 말을 잇는다. "내가 이 절에 소임을 맡은 새로운 주지올시다. 여러분들이 과연 부처님의 제자라 할 수 있는가? 여러분들은 차림새로 사람을 판단하면서 참사람 보는 지혜의 눈도 못 뜨고 무슨 부처님전에 공양을 올리면서 복을 구한다는 말인가? 부처님과 거래를 하러 오는 사람이지. 어떻게 불공을 드리러 오는 사람이라 하겠는가? 부처님께 절하면서 뭐, 뭐 잘 되게나 해 달라고 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께 거래를 하자는 행이다. 내가 오늘 찾아와 기도 했으니 내가 소원 하는 것을 들어 달라고, 부처님과 거래를 하려는 자가 어찌 불제자가 될 수 있겠는가?" "나는 거의 달포 가까이 이 절 일주문 앞에서 여러분들에게 거지 행색을 하고 구걸을 해 보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그리고 돈 한 푼 기꺼이 내 놓은 사람이 있었던가? 복 짓는 일도 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부처님전에 찾아와, 잘 되게만 해 달라고 하니 그게 거래가 아니고 무엇인가? 부처님께서는 그런 조건부 거래하라고 하시는 게 아니라, 살아오면서 전생부터 금생에 이르기까지 지은, 알게 모르게 쌓인 업보를 참회하라 하셨거늘, 그 일은 내 팽개치고 그냥 잘 되게만 해 달라고 해서는 불자가 아니다" 라고 하자, 어떤 이는 울고, 어떤 이는 가슴을 치고, 어떤 이는 법당을 살며시 빠져 나와 줄행랑을 치는 것이었다. 나 자신도 외모와 조건으로 사람의 인격을 나누고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도 한 번쯤 뒤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 모셔온 글 - 편집 : 창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