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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전설 야담[爐邊傳說野談] 겹 혼인 경사*
창산
2021. 10. 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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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전설 야담[爐邊傳說野談] ?겹 혼인 경사 조선 영조 때 그 유명한 朴文秀어사가 산중을 가다가 시장하기 짝이 없는 데다 날도 저물어서 부득이 어떤 집에 들어가 하룻밤을 유(留)하게 되었다 『비록 누추하더라도 자고 가시는 것은 있는 집이니까 상관없습니다만 해 드릴 밥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그려 』 이런 딱한 소리를 하는 여주인에게 박어사는 『 밥은 걱정 마십시오 낮에 먹어 둔 것이 있으니까 잠자리만 부탁합니다. 』 라고 하면서 들어가 자게 되었는데 말이야 그렇게 하였지만 사실 점심도 굶었던터라 기진맥진하였다 그런데 곁에 있던 딸이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1. 『 어머니, 손님이 무척 시장해 보입니다 아버지 제사에 지을 웁쌀을 가지고 밥을 해 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버지 제사가 곧 다가오는데... 그래도 그래라 아버지 제사에 지낼 쌀로 밥을 지어드리자 그리고 그 사이 에 어떻게 마련하여 보자꾸나 』 이러한 연유로 해서 밥을 먹게 되니까 박어사는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었다 저 과년한 처녀는 어찌 저리 마음씨가 고울까 인물도 예쁜 데다 마음 씨까지 곱고 정말 훌륭한 규수 감이로구나! 비록 산중에 묻혀 살망정 진흙 속의 구슬이로구나 내가 어찌하면 보답을 할까 이러는데 이 집 아들이 밖에 나갔다가 이것저것 떡이며 전을 싸 가지고 들어왔다 *2. 어디 잔칫집에 갔다 온 모양이었다 어머니, 손님이 오셨습니까? 어떤 나그네가 왔는데 저 윗방에서 주무신다 금방 제사에 쓸 웁쌀로 밥을 좀 지어드렸다만 뭐 요기가 되셨는지 모르겠다 어머니 제가 좀 많이 싸 왔으니까 윗방 손님에게 좀 갖다 드리겠습니다 박 어사도 출출하던 참이라 이 아들이 가져온 잔치 음식을 잘 받아먹으면서 어느 잔치에 갔더냐고 하니까 이 아들이 비감(悲感) 한 표정을 지으며 울먹울먹 하였다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뚝뚝 떨어지며 한숨을 쏟아 낸다 "아~ 그 잔치에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주린 배를 채우려고 창피를 무릅쓰고 가서 잔치일을 돌봐 주고 이 음식을 얻어 온 것입니다. *3. 아!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휴우~ 손님 죄송합니다 제 신세타령만 하여서 아니 무슨 신세타령을 했다는 말이오? 정작 한숨밖에 무엇을 내게 말하였소 이야기 좀 하구려 사실은 저희 아버지와 저 잔칫집 진사 댁 진사 어른과는 친한 친구 였습니다 일찍이 저희가 그러니까 저하고 내일 시집갈 저 신부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두 분이 말하기를 '우리 아들과 딸을 낳는다면 혼인을 시키고 같이 아들이나 딸끼리면 의형제를 맺기로 하세,라고 굳게 약속을 하였는데 저는 아들이요 저 진사 댁은 딸을 보았는지라 일찍이 우리는 정혼한 사이였습니다 *4. ![]() 그런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우리 집은 이렇게 몰락해 버리고 가산을 탕패(蕩敗)해 버렸으니 어찌 저 잘 사는 진사 댁과 어깨를 나란히 하리까 자연히 저희의 약혼은 파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상대가 되지 아니합니다 그려~ 그러는 중에 저 진사 댁에 잘살고 출세한 집에서 중매 말이 들어오자 그중 제일 나은 집에 이제 혼인을 시키기로 하였답니다 바로 내일이지요 아! 제가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일해 주고 먹을 것 좀 챙길까 하고 갔던 것입니다 괴롭습니다 손님, 괜히 제 신세타령만 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5. 아니 아니요 들어둘 만한 이야기요 염량세태(炎凉世態)라고 사람이란 그저 그런 것이 아니겠소 그런데 물어봅시다 일해 주고 먹을 것 싸오려고 간 것이라기보다는... 예,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간 것입니다 그 처녀인들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저도 괴롭습니다 남들은 저보고 쓸개도 없느냐고 하면서 멸시와 천대를 하였습니다 그리 배가 고파서 이 집 일을 해주느냐 별의별 소리를 다했지만 저는 괘념치 않았습니다 저는 다만 한번 만이라도 이전에 제 사람으로 만들어 앉히려던 그 신부를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6. 차라리 먼발치에서라도 안 보는 것이 나았을 것인데... 신부도 분명 괴로워하는 눈치 였습니다 남의 집일이 아니군 그래 나랑 다시 그 집에 가세나 가서 일을 해야지 이렇게 신바람 나게 박 어사는 말하면서 그 총각을 데리고 잔칫집에 갔다 그 집에서는 쓸개 빠진 놈이 무슨 좋은 일이 있다고 또 왔느냐 하면서 이제는 늙은 거지까지 하나 더 데리고 왔다면서 그런다고 내일 시집갈 신부가 너를 보러 나오기라도 하겠느냐는 둥 별의별 말이 터져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총각과 박 어사는 그 집에 일도 거들어주면서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한편 이 고을 원님은 이상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7. 『 내일 원님은 낮 사시(巳時, 10시경)에 관원을 데리고 아무개 진사 댁에 행차하시오 와서 후행을 왔다고 하면서 나와 신랑을 찾으시오 특별히 신분을 밝히는 암행어사 박문수 백 』 이제 느닷없이 원님까지 이 혼사에 끼어 든 것이다 이튿날 사시가 되니까 원님이 육방 관속을 거느리고 진사 댁에 나타났다 신랑이 입을 옷까지 다마련 하여서 나타난 것이다 이러니 신부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정작 혼인식은 오시(午時, 12시)인데 어찌 한 시각이나 빨리 신랑 후행이 온다는 말인가 원님이 어찌 이 혼사와 관련이 있어서 나타났을까? 그 궁금증뿐인가? 일이 더 크게 벌어졌다 원님이 큰 소리로 진사에게 물었다 *8. 『 박문수 어사께서 어디 계시는가? 』 『 아니, 박 어사라니요? 그런 분이 여기에 올 턱이 있나요? 』 다들 이러는 때에 늙은 거지로 대접받으면서 일만 하던 그 이상한 손님이 썩 나서면서 『 하하하, 누가 나 어사요 하고 나타납니까? 날세. 내가 박 어사구먼 』 이러니까 거기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박 어사에게 우리가 얼마나 잘못하였던가? 원님이 물었다 『 박 어사님, 신랑은 어디 있습니까? 』 *9. 『 음 이 애가 조카일세, 원래 우리 형님이 살아 계실 때 이 집 진사 딸과 정혼 사이가 아니던가? 그런데 형님 집이 탕패 했다고 해서 우리 조카가 이런 비감한 꼴을 당하고 있으니 삼촌 된 내가 어찌 마음이 편하겠소~ 나라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문중 조카 일이 먼저 중하지 않소이까 하하하.. 자 조카야, 이 집 새 신랑아 어서 원님이 마련하여 온 신랑 옷을 입고 대례청(大禮廳)에 나서라 진사도 이 혼사를 거부하지 못하리라 』 진사는 사색이 되어서 말하였다 『 저저, 그렇다면 午時에 올 신랑은 어찌 됩니까 』 『 사시는 사시고 오시는 오시오 일의 선후가 있으니까 이혼사 먼저 치르시오 』 *10. 아무리 어사라지만 이것은 너무하십니다 그려. 순서가 엄연히 있는데... 흥! 우리 형님과의 약속은 어찌 되고요 그래 어사를 깔아뭉개겠다는 말이오? 어서 식을 올리시오 진사 딸 신부도 소원하는 바가 아니오 아버지가 딸 소원을 들어주어야 옳거늘 도리어 나에게 감사해야 옳지 않소 웬 시비가 이리 많소이까 『 허허허, 이 일을 어찌할거나? 』 이 광경을 흥미진진해하는 사람도 있고 걱정에 벌벌 떠는 사람도 있고 희색이 만면한 사람도 있었다 조금 있다가 정작 오시에 식을 올릴 진짜 신랑이 들이닥쳤다 난데없는 신랑이 나타나서 한 시각 전에 이미 식을 올렸다고 하니까 뒤에 나타난 신랑 쪽에서는 기가 꽉 막혔다 말이 나오지 아니한 이 신랑댁에다 박 어사가 전후 사정 말을 다 하고 나서 이런다 *11. 『 오늘 혼행(婚行)을 와서 이 지경을 당하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나도 아네~ 그러니까 준비하여 둔 게 있지 신랑 자네는 양반집 예쁜 딸에게 장가만 들면 되지 아니한가? 있네, 있고 말고 우리 조카딸이 있어 먼저 장가든 신랑의 여동생 말일세 자, 우리 조카딸 신부도 나오너라 원님, 마련한 신부 옷을 어서 내주시구려 』 이러니까 원님이 큰소리로 박장대소를 한다 『 하하하, 신랑 옷에다 신부 옷까지 마련하라고 하여서 여간 궁금한 것이 아니었는데... 하하하. 허허. 이 고을 젊은이 둘을 혼 사시키는 일을 하는 데 나도 한몫을 하니 기쁩니다 』 *12. 『 다 기쁘지 누가 안 기쁠까? 이 음식으로 둘 혼사를 치르니까 절약도 되고 동네 축하객도 한꺼번에 혼사를 구경하고 하하하.. 일일 이혼이 아닌가 덩실덩실 춤을 춥시다 』 이러니 이 잔치마당이 얼마나 흥겨운가 뒷 신랑은 어사 조카딸 그 심덕이 곱고 예쁜 처자를 맞이하였으니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과연 어사 박문수의 지혜에 모두들 탄복 아니할 수 없었다 그냥 지나가는 나그네인 줄로만 알았지만 마음씨 고운 처녀와 총각들이 극진히 손님을 대접한 덕분에 뜻하지 않은 소원을 성취하였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경사(慶事)인가~~^^ *13. ?옛말에 선을 행하면 '필유경사(泌有慶事)'요. 악을 행하면 '필유망사 (必有亡事)'라 하였다... 모든 것은 뿌린대로 거두는 법이다~ 지금 우리의 삶 모습을 새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모셔온 글 - 편집 : 창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