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소주 한잔 할래 ? "라는 말*

창산 2021. 2. 9. 13:58






"소주 한잔 할래 ?" 라는 말



막걸리 한잔 할래?
정말로 막걸리가 먹고 싶단
뜻이니,

막걸리 안 땡기면 거절해도
됩니다.

맥주 한잔 할래?
만나서 가볍게 웃고 떠들잔
얘기니,

그럴 기분 아니면 거절해도
됩니다.



하지만 소주 한잔 할래?
이 말은 좀 다릅니다.

진짜로 소주가 먹고 싶거나
가벼운 기분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힘들어서 일겁니다.
외로워서 일겁니다.

외로워서 힘들고, 힘들어서
외로운게 사는 일
아니겠습니까?



소주가 맛있어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저 알콜에 물 탄게 소주
아니겠습니까?

그걸 굳이 조그만 잔에
홀짝홀짝 따라먹는 건
왜 이겠습니까?

이 쓴 소주를 핑계삼아,
만나고 싶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같이 놀자고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이라,

그저 같이 소주 한잔 하자는
말로 대신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숨바꼭질이나 발야구를
할 수 있던 시절은 지나가
버렸습니다.

젊음은 언제나 더 젊었던
날들에 바쳐지는 이름인
것도 같습니다.



너무 멀리 떠나온 우리는
이제 서로의 힘듦과 아픔을
전히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소주 한잔 함께 마셔주는 것
뿐입니다.

외로운 잔 홀로 비우게 하지
않는 것 뿐입니다.

괜찮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취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함께 있어주는
것입니다.

비록 어두운 밤
어느 갈림길에선가
비틀비틀 헤어지겠지만,

아침이면 쓰린 속과 흐릿한
기억 뿐이겠지만,



그래도 외롭고 서글픈 밤에
쓴 소주잔 함께 비워 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당신 가슴 한 켠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소주 한잔 할래?" 라는
말을 해줄, 말을 건넬
친구나 벗이 있다는 건,

참 인생을 잘 사신겁니다.
그 친구 잃기전에 달려
가십시요.

- 모셔온 글 -

편집 ; 蒼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