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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혼술 혼영 혼행 / 혼자 먹는 밥

창산 2020. 3. 31. 11:48

 
혼밥 혼술 혼영 혼행   
1인가구 증가와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려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
되면서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
(혼자 술먹기) 혼영(혼자 영화보기)에
이어 혼행(혼자 여행가기)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
났다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외식업을 비롯한 여행 관련 산업 
등 서비스업 전반에 혼자만을 
위한 소비 이른바 ‘솔로이코노미
(Solo Economy)’가 올해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인 가구 수는 511만가구로 전체 
가구 수 비중에서 26%에 달한다
앞으로 1인가구는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2020년 즈음에는
 3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른 외식업계와 유통업계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대기업 
대형마트와 온라인 오픈마켓에서는
 1인용 포장 신선식품 매출이 
늘고 있다 
또 혼자 밥먹기(혼밥), 
혼자 술마시기(혼술)용 도시락이 
출시되는가 하면 여행도 1인 
여행객을 위한 자유상품이 쏟아
지고 있다

         
        혼자 먹는 밥   
                  / 송수권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되집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 계간 『詩向』 2006, 봄
        
        송수권의 '혼자 먹는 밥'이다 
        우리 생애에서 숟가락 하나 젓가락 
        두개만큼 절실하게 함께 하는 기구
        들이 있을까 가장 입과 밀착해 있는 
        기구도 그것들이다
        입이 무엇인가 진실만이 부딪치는 
        섬세한 육신의 부분이라고 하지 않
        는가 그릇과 무덤이 닮아 있는 것도 
        왠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하다 
        밥그릇을 몇 번이나 뒤집으면 생이 
        다하나 어둠 속에 깨진 접시같은 
        현실 앞에서 어찌 우리가 하느님을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해설-신달자 (시인)
        
        음악-혼자 사는 여인 - 봉은주
               
              혼자 먹는 밥 
                        /  임영조
              외딴 섬에 홀로 앉아 밥을 먹는다
              동태찌개 백반 일인분에 삼천오백 원
              호박나물 도라지무침 김치 몇 조각
              깻잎장아찌 몇 장을 곁들인 오찬이다
              먹기 위해 사는가, 묻지 마라
              누구나 때가 되면 먹는다
              살기 위해 먹는가, 어쨌거나
              밥은 산 자의 몫이므로 먹는다
              빈둥빈둥 한나절을 보내도
              나는 또 욕먹듯 밥을 먹는다
              은행에서 명퇴한 동창생은 말한다
              (위로인지 조롱인지 부럽다는 듯)
              시 쓰는 너는 밥값한다고
              생산적인 일을 해서 좋겠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이 세상 누구를 위해
              뜨끈한 밥이 돼본 적 없다
              누구의 가슴을 덥혀줄 숟갈은커녕
              밥도 안 되고 돈도 안 되는
              시 한 줄도 못 쓰고 밥을 먹다니!
              유일한 친구 보세란(報歲蘭) 한 분이
              유심히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서 먹는 밥은 왜
              거저먹는 잿밥처럼 목이 메는가
              먹어도 우울하고 배가 고픈가
              반추하며 혼자 먹는 밥
              
               -임영조 시전집
              『그대에게 가는 길 2(제5시집)』
                (천년의 시작, 2008) 
                     
                    혼자 먹는 밥 
                            / 오인태 
                    찬밥 한 덩어리도
                    뻘건 희망 한 조각씩
                    척척 걸쳐 뜨겁게
                    나눠먹던 때가 있었다
                    채 채워지기도 전에
                    짐짓 부른 체 서로 먼저
                    숟가락을 양보하며
                    남의 입에 들어가는 밥에
                    내 배가 불러지며
                    힘이 솟던 때가 있었다
                    밥을 같이 한다는 건
                    삶을 같이 한다는 것
                    이제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은
                    누구도 삶을 같이 하려 하지 않는다
                    나눌 희망도, 서로
                    힘 돋워 함께 할 삶도 없이
                    단지 배만 채우기 위해
                    혼자 밥 먹는 세상
                    밥맛 없다
                    참, 살맛 없다
                    -시집『혼자 먹는 밥』
                         (살림터, 1998) 
                    
                           
                          거룩한 식사  
                                   /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 세상 떠넣어 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시집'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