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친구가
정말이지 오랜만에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불쑥 전화를 해서는 하는 말이라곤
'그냥 보고 싶어서'가 다였다.
나는 바쁘기도 하고 그래서 다음에
한번 만나자고 말하곤 전화를
곧 끊었다.
그런데 그러곤 괜히 종일 찜찜하고
울적하고 그랬다.
'그냥'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그냥'은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따위가 없이"를 뜻한다.
물론 그날 친구가 내게 전화한
까닭은 '대가나 조건'과는 전혀
무관할 것이다.
'아무 이유나 별 뜻 없이' 정도가
맞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보고 싶은 데 무슨 이유가 필요
하겠는가.
'그냥'은 오롯이 무작정인 것이고
속수무책인 것이다.
누군가가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일단 '그냥' 보고 싶다고
전화를 하자.
딴 생각은 말고.
- 채상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