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오는 날 만나자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 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 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 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 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 눈을
기다린다